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, 가족의 대화는 끊겼습니다.”
장례식이 끝나고 남은 건 상자 하나 가득한 서류봉투였습니다.
그 안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빚 문서가 들어 있었습니다.
김 씨(58)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지 몇 주 뒤,
은행에서 한 통의 안내문을 받았습니다.
‘고인 명의로 남은 대출이 있어 상속인에게 채무가 승계될 수 있다’는 내용이었습니다.
그제야 형제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.
“유산이라곤 집 한 채밖에 없었는데, 그마저도 담보로 잡혀 있었다니…”
김 씨는 은퇴를 앞둔 나이였습니다.
자신의 노후 준비도 불안한데,
아버지의 빚까지 떠안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
가슴이 먹먹했습니다.
“이제 조금 숨 돌리나 했는데, 또 다른 짐이 생긴 기분이었죠.”
아버지는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분이었습니다.
평생 국밥집을 운영하며 가족을 먹여 살리던 분이었죠.
장사는 예전 같지 않았지만,
아버지는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셨습니다.
손님이 줄고 가게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자
조금씩 대출을 받기 시작했고,
나중엔 사채까지 손을 댄 사실을
가족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.
빚의 내역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
그 빚 중 많은 부분이 자식들을 위해 쓰였단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.
그 순간, 김 씨의 마음속에 있던 원망은
서서히 연민과 감사로 바뀌었습니다.
형제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습니다.
이제야 알게 된 아버지의 책임감과 사랑이
그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입니다.
